2009년 07월 23일
피판에 다녀왔다
17, 19 양일에 부천에 다녀왔다.
17일에는 "판타스틱걸작선3"과 "포비든도어", "갓이즈대드"를 보고 왔는데, 모두 수준을 갖춘 작품들이었다. "판타스틱걸작선3"는 인상적인 작품이 정말 많았는데... 특히 폴란드의 소년매춘부들을 다룬 "폴란드 아이들"은 대단했다. 묘하게 밝으면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그런데, 딱 하나 국내감독이 연출한 "미토피아meatopia"는 정말... 재앙 수준이었다. 상영이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를 한다길래 그냥 나와버렸다. 제발 부탁인데, 형평성 맞춰준다고 수준도 안 되는 작품 넣지마라...
"포비든 도어"는 인도네시아 영화이다. 사실 이런 수식어가 올바른 이야기일지 모르겠는데 "포비든 도어"가 묘사하고 있는 세계는 인도네시아라는 지리적 현전과는 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결말과 반전은 결코 영리하게 짜여지지 않았지만 중간중간 보여지는 폭력의 정서는 무척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고, 힘도 세다.
"갓이즈대드"는... 제법 잘 만들어진 젊은이의 로드무비이다. 끝.
19일에는 "프라이드"와 "더 칠드런", "빈얀", "레즈비언 뱀파이어 킬러"를 보고 왔다. "프라이드"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라고 한다. 원작을 본 적이 있어서 아무래도 기대나 감흥이 덜했던 듯.
"더 칠드런"은 오랜만에 만난 호러 수작이다. 어린아이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어른들을 살해하기 시작한다는 이야기인데... 감독과의 대화를 들어보니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아이들이 모두 좀비로 변하는 설정이었다고 한다. 어떤 외국인 관객은 이 이야기에서 "28주후" 식의 근친상잔, 가족 해체의 모티프를 읽은 것 같은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28주후"는 원래 비밀과 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가족이 어떤 계기를 통해 파멸로 치닫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더 칠드런"의 경우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감을 좀 더 자극한다. 즉, 이해할 수 없고, 완전히 통제할 수도 없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불안을 극단적으로 과장시켜놓은 영화이다. 영화 속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순서를 보면 이 점이 뚜렷해지게 되는데, 아이들에게 더 합당한 부모처럼 보이는 어른이 먼저 살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여튼 호감이 가는 영화이다.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건데, 이 영화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빈얀"은 모호한 영화이다. 어디선가, "지옥의 묵시록"의 아이찾기 버전이라고 나왔는데, 꼭 어울리는 카피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얀마에서 관광을 즐기다가 쓰나미에 아들을 잃어버린 벨머 부부가 어느 영상에 찍힌 어린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자신의 아이라 생각하고는 찾아나선다는 내용이다. 정신에 큰 상처를 입고 있는 아내, 쟌은 여정이 계속될 수록 불안하게 무너져간다. 폴은 그나마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고, 어서 일상으로, 아들을 잊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쟌의 광기와 우울에 잠식되어간다. 그리고 그 끝은 이해할 수 없는 단죄이다. 쟌은 아마도 쓰나미에 목숨을 잃은 모든 아이들의 어머니가 되고, 폴을 살해한다. 모호하고 어려운 장면인데... 폴이 꾼 꿈에서 아들과 만난 쟌이 "You let him go"라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는 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신의 마음이 거꾸로 표출한 장면이라 볼 수 있는데... 즉 아들을 잊고 놓아주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쟌은 폴을 둘러싸고 있는 아이들에게 같은 말을 한다. 번역은 "이제 그만 그를 놓아줘" 정도로 되어있지만 사실, 여기에서의 'you'는 '너희들' 정도로 번역되어야 할 것 같다. 너희가 그를 놓아줘. 즉 죽이라는 이야기. 중의적인 표현이긴 한데... 정확한 뜻이 파악되지는 않는다.
"레즈비언 뱀파이어 킬러"는 이 장르에 대한 농담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버피"와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섞어놓은 느낌이랄까?
"쵸콜렛"이나 "인육국수"도 보고 싶은데, 이젠 상영도 안하고... DVD나 정식개봉을 기다려 봐야겠다. 반응을 보니 "쵸콜렛"은 정식개봉을 할 것 같기도 하다.
# by | 2009/07/23 10:16 | 픽션(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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